저는 Nice Number가 싫습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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(1) NSFW (2) 별로 영양가가 있거나 다듬어진 글은 아닙니다.
저는 일반적으로 밈을 좋아합니다. PS에서도 그 흔적을 찾아볼 수 있는데,
- 구데기컵 시절에 릭롤링을 전파하거나 entire Bee Movie script를 입력으로 쓴 적이 있습니다.
- 사실 구데기컵 자체가 밈입니다.
- ICPC의 한 문제가 밈 관련 문제라서 풀이에 이런 말을 쓴 적이 있습니다.
참 쉽죠? 아쉽게도 밈이 9,000개를 넘는데, 이러면 절대로 문제를 풀 수 가없으니 출제자가 치명적인 약점을 남겨 놨죠. 이 문제의 치명적인 약점은 바로 좌표 범위와 차수가 작다는 것입니다. 우리는 결코 이 문제를 포기하지도, 실망시키지도, 마음 바꿔 버리고 떠나지도 않을 겁니다.
하지만 69420만큼은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. 69420은 사상 최악의 조크라고 생각합니다. 어떤 글에 이 수가 나오면 바로 닫고 다시는 쳐다보지 않을 정도로 이 수를 싫어합니다.
의미부터 좋지 않습니다
69는 성적인 의미가 있는 조크이고 420은 마약과 관련된 조크입니다. 이것으로 설명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.
반론?보다 좋은 단어가 있겠지만, “이걸 쓴다고 해서 항상 성적인 의도가 있는 건 아니다“라는 의견을 본 적이 있습니다. 동의하지 않습니다. 성드립은 어디서 쓰든 성적인 의미가 있습니다.
의미가 전혀 드러나지 않습니다
제가 69 조크를 처음 접한 건 중학생 때였습니다. 서부권 사람들이 주를 이루던 영어 커뮤니티였고, 그 사람들이 69 69거리길래 의미는 몰랐지만 아무 생각 없이 동참했습니다. 69의 진짜 의미를 알게 된 것은 그로부터 몇 달 후였습니다.
겉보기로 69와 420은 그냥 수입니다. 여기에 이상한 의미가 있다는 것은 따로 듣지 않으면 생각해낼 수 없을 것 같습니다. 한국어 커뮤니티에도 이 수들의 의미를 모른 채 따라하시는 분들이 몇몇 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.
아무 데서나 나옵니다
셋업이 있는 조크라면 모를까, 69420은 나오는 맥락도 사실상 무의미합니다.
- 뭔가 했더니 우연히 69가 나왔다. Nice!!!
- 1부터 100까지 증가하는 수가 있다. 69가 됐다. NICE NUMBER!!!
- 뭔가 많다. 와! 뭔가가 69420개 있네! NICE NUBEMRER!!
- 뭔가 숫자를 써야 한다. 69420을 쓰자! NICE NUMBEREUEER!!!!!
조크인데 펀치라인이 없습니다. 숫자가 나오면 그냥 69420입니다. 숫자라는 아주 흔한 존재를 펀치라인으로 보는 것은 무리이고, 이 특성 때문에 69420이라는 수를 정말 많이 볼 수 있습니다. 이게 성드립이라는 걸 의식하고 있으니까 인터넷 전체가 implicit NSFW로 보이는 느낌입니다.
그리고 어떤 드립이든 과하면 좋지 않은데, 어떻게 69420은 끊이지 않는 건지 모르겠습니다. 릭롤링도 참 인기가 많지만, 모든 링크를 릭롤링으로 대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. 그럼 오히려 불편하고 싫증날 테니까요. 안 그래도 남용되는 조크가 하필 성드립이라서 이렇게 혐오감이 쌓인 것 같습니다.
차라리 deez nut은 펀치라인이라도 있습니다. 그래서 그건 견딜 만합니다.
심지어 부적절한 맥락에서도 나옵니다
앞서 언급했듯이 성드립은 어디서 쓰든 성적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, 대놓고 X스!!라고 못 말하는 곳에서는 deez nut도 69420도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.1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. 전자는 많은 사이트에서 제재 대상이겠지만, 후자는 정말 아무 데서나 쓰입니다.
어떤 프로그램의 도큐멘테이션에서도 위의 4번 유형을 본 적이 있습니다. 프로그램 자체는 계속 쓰고 있지만, 도큐멘테이션은 앞으로 읽지 않을 생각입니다.
심지어 논문에서도 4번 유형을 본 적이 있습니다. 바로 논문을 닫고 자러 갔습니다. 다른 맥락은 다 제 편견으로 생각하고 넘어가더라도 논문에서 이걸 쓰는 건 이해가 되지 않습니다.
그래서?
이렇게 글을 썼다고 해서 뭔가가 달라질 것이라는 기대는 없습니다. 제가 “앞으로 69420 쓰지 마세요!!“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. 어떤 커뮤니티의 리더도 아니고, 평범한 1인의 의견을 다른 사람에게 강요할 수는 없으니까요. 너무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거 아니냐고 생각하실 지도 모르겠습니다.
그냥 넋두리를 좀 풀고 싶었습니다.